삐걱거림

웬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누군가는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커다란 수레에 폐지를 싣고 끌고 가고 계십니다.
하지만 저의 시선을 끈 것은 할아버지가 아닌 수레입니다.

수레가 아름다워 보입니다.
외관이 훌륭해서도 아니고, 대단한 일을 하고 있어서도 아닙니다.
짐을 그렇게 많이 실은 것도 아니면서, 위태롭게 기우뚱거리며 삐걱삐걱 소리를 냅니다. 잘못하다간 가다가 수레가 주저앉아버릴 것만 같습니다. 꼴에 커다란 바퀴를 굴리며 어련히 잘만 전진합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아무리 낡고 삐걱거려도, 짐을 담고 앞으로 간다는 임무를 어떻게든 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레와 제 자신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삐걱거릴 때도 있습니다.
이제 자취하니까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 먹고 1교시 들으러 가야겠다고 다짐해놓고는, 자체휴강을 때려놓고 팔자 좋게 오후 늦게까지 잔 것을 후회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삐걱거리는 제 자신도 아름다워 보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받아본 적은 많이 없지만 그래도 다행입니다. 어설퍼도 어찌저찌 해내고 있으니까요.
물론 앞으로 더 열심히 살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요. 그걸 알기 때문에 계획을 이루지 못했을 때마다 자책감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수레를 쳐다보면서, 기대에 못 미치게 살아온 과거에 그리 원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가끔 말버릇처럼 이런 말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처음 사는 인생인데 어딘가 많이 어설퍼 보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잘 해내는지보다는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삐걱거리지만 넘어지지 않는 수레가 아름다워 보이듯이…